글로벌 기준금리

디지털 화폐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의 미래

somillion-news 2025. 7. 22. 11:30

글로벌 경제가 디지털화되는 흐름은 통화정책의 본질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확산은 단순한 결제 수단의 혁신을 넘어 통화정책 전달 메커니즘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기준금리의 동조화 현상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이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주요 국가들의 기준금리 설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디지털화폐의 도입은 이 동조화의 구도를 바꿔 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화폐가 바꾸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면 기존의 금리 정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 주체에게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를 유도하거나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반응을 직접적으로 조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간접적 통화정책 전달 경로로 시중은행을 거쳐 민간 부문에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을 우회하는 경로를 제공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통해 특정 시기에 예금금리를 자동으로 연동시키거나 소비 보상을 조절한다면, 기준금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화폐는 단순한 통화량 조절을 넘어 ‘목적 지향적 금리 적용’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흐름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의 지역화가 동조화 해체를 유도하다

디지털화폐,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지역화 경향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체제에 실질적인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의 국제 금융 질서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기준금리 결정이 전 세계의 통화정책에 일종의 '앵커(anchor)'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자국의 금리를 조정하며 미국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구조적 연동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CBDC의 등장은 이러한 금리 종속 구조를 느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CBDC의 설계와 운용이 자국 중심, 또는 지역 중심의 정책 수단으로 점점 정교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공동 CBDC 프로젝트인 ‘Project mBridge’에 참여하면서 역내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화와 고속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SWIFT 같은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국가 간 자금 결제를 실시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디지털화폐가 특정 지역 블록 내에서 통용되기 시작하면, 각국의 통화당국은 더 이상 글로벌 금리에 얽매일 이유가 줄어든다. 금리를 통해 자본유입을 조절할 필요가 약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처럼 외환보유액이 제한적이고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디지털화폐의 지역화는 통화 주권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통화 기반의 지역 결제망을 구축함으로써 금리 정책을 지역 실물 경제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미국 금리에 대한 동조 압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또한, CBDC의 도입은 자국 내 유통 구조를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강화한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통화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 지역 단위로 금리 정책을 세분화할 수 있고, 이는 과거처럼 통화정책을 일률적 기준금리로 설정하던 패턴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정책의 정밀화는 금리의 ‘글로벌 동기화’보다는 ‘로컬 최적화’를 지향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동조화 체계의 균열을 확산시킨다.

 

디지털 화폐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국제 금융 흐름의 분절과 디지털화폐의 확장

디지털화폐의 확산은 국제 금융 흐름의 구조를 단절적(disjointed)이고 다핵적(polycentric) 형태로 재편하고 있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은 뉴욕, 런던, 도쿄 같은 주요 금융 중심지를 중심으로 통합적 금융 흐름을 형성했으며, 국제 자본 이동과 외환거래는 대부분 미국 달러 중심의 기준금리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나라별로 도입되고, 국경 간 결제가 자동화 및 분산화됨에 따라, 금융 흐름 자체가 더 이상 ‘단일 체계’로 묶이지 않고 ‘복수 네트워크’로 분절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인프라에 강한 기술 기반 국가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디지털화폐는 암호화폐와의 경계를 허물면서 민간 영역에서도 새로운 금융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예컨대,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다수의 국경 간 B2B 결제에 사용되며, 중앙은행들이 이를 경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민간 주도형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국가 간 금리 차이가 국제 자본 흐름을 결정하는 전통적 메커니즘은 약화되고, 기술 기반의 거래 속도와 신뢰성이 우선시되는 구조로 전환된다.

더불어, 이러한 금융 흐름의 분절화는 자본 통제 정책과도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있다. 예컨대, 인도는 루피 기반의 디지털 결제 플랫폼을 통해 역내 자본 유출입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단기 외화 유출입에 따른 기준금리 조정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화폐의 확산은 국가 간 자본 이동의 자율성을 낮추며, 그만큼 기준금리 정책의 독립성을 회복시킬 여지를 넓힌다.

결국, 국제 금융 흐름이 기술과 지역 중심으로 분절화됨에 따라,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는 과거처럼 ‘기준점’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화폐는 단순한 통화의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금리 전파 메커니즘을 해체하고 새로 짜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디지털 통화 협력체제는 새로운 기준금리 동조화를 낳는가?

기존의 금리 동조화는 세계화된 금융 구조 속에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정책 신뢰도’를 바탕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는 디지털 통화 기반의 통화블록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기준금리 동조화’를 창출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동조화가 과거처럼 달러 중심의 일방적 구조가 아닌, 다자간 합의와 기술 표준을 중심으로 한 협조적 체제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BIS(국제결제은행) 산하의 혁신 허브 프로젝트들이 있다. BIS는 현재 ‘Project Icebreaker’와 ‘Project Dunbar’ 등을 통해 복수의 국가들이 각각의 CBDC를 상호 운용할 수 있는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리, 지급 조건, 결제 시간 등에 대한 통일된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이는 기준금리의 공동 운용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이들 국가가 CBDC를 기반으로 한 공동 금융권을 형성할 경우, 역내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공동 조율하는 ‘블록형 금리 동조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디지털 통화 협력체제는 지리적 인접성보다 정책적 유사성과 기술적 호환성에 기반하여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싱가포르, 캐나다 등은 경제 규모나 지역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CBDC 설계와 정책 목표 면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통적인 통화권 형성과는 다른 ‘디지털 연대’의 형태이며, 향후에는 이들 국가 간 기준금리를 일정 범위에서 공유하거나, 금리 정책 결정 과정을 협의하는 구조로 발전할 여지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특히 소규모 개방 경제국이나 신뢰 기반 통화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독자적인 금리 정책을 행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통화협력체제를 통해 공동 기준금리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통화 안정성과 정책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통화협력체제는 기존의 금리 동조화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가 단위가 아닌 연합 단위의 금리 결정 구조를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CBDC는 단지 각국 통화정책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국제 통화 질서의 구조적 재편을 가능케 하는 열쇠이며, 그 과정에서 금리 동조화의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론

디지털화폐는 단지 새로운 결제수단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통화정책의 전달 방식, 자본 이동의 방향, 국제금융 질서의 구조까지도 바꾸는 변혁의 시작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는 단순히 지속될 수도, 와해할 수도,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디지털화폐가 각국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정책협력을 촉진하는 만큼, 금리 동조화의 미래는 더 이상 하나의 흐름이 아니라 복수의 경로로 분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디지털화폐의 운용 철학과 국제 협력의 틀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금리 질서의 방향성도 함께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