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준금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리 동조화의 흐름

somillion-news 2025. 7. 11. 17:5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지 금융 시스템을 흔든 사건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동일한 방향성을 부여한 출발점이 되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후 전 세계 중앙은행은 거의 동시에 금리를 인하했고, 이는 단기적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서 정책 공조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라는 개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원래 국가 경제의 내부 요인을 반영하여 설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는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조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 높은 민감도를 보이며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처럼 금리 결정이 자율적 결정이 아닌, 글로벌 흐름의 영향을 받는 현상은 위기 이후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위기 이후 글로벌 금리의 공조, 그리고 갈라지는 흐름

2008~2013년 ― 제로금리 시대의 초국가적 대응

금융위기 직후부터 2013년까지의 시기는 기준금리의 급격한 하락과 저금리 정책의 장기화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특징이었다. 특히 미국은 2008년 말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추며 ‘제로금리’ 체제로 진입했으며, 이는 곧 유럽과 일본, 한국,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유사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일본은행(BOJ)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며 디플레이션 방지와 엔화 강세 억제를 목표로 했다. 미국과 유사한 시기에 금리를 동결하고 유동성 확대 정책을 동시에 시행한 일본의 행보는 금리 동조화의 초기 형태를 보여준 사례였다. 한국은행도 이 시기 기준금리를 2%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하였고, 이는 미국과의 정책 간극을 줄이는 전략으로 작용했다.

이 시기의 금리 동조화는 ‘필요에 의한 공조’였다. 국가들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과 자금 유출입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통화정책을 자국 통화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글로벌 통화 질서의 일환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사실상 ‘주권적 금리 결정권’이 일시적으로 희생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2014~2018년 ― 테이퍼링 쇼크와 제한적 탈동조화

2013년 중반, 미국 연준은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이름으로 자산매입 축소를 언급했고, 이는 곧 전 세계 자본시장의 변동성과 금리 방향성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다. 이후 2015년 12월, 연준은 드디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저금리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나타난 흐름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동조화 균열이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지속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럽은 2015년 이후에도 디플레이션 압력과 실업률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미국은 고용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근거로 2018년까지 금리를 여러 차례 올렸다.

신흥국 중에서는 터키와 아르헨티나가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며 미국과 동조한 듯 보였지만, 이는 인플레이션과 환율 방어 목적에 기인한 것이었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미국 금리 인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정책을 펼쳤다. 즉, 이 시기의 금리 흐름은 ‘동조화의 해체’라기보다는 ‘제한적 분리’로 이해될 수 있다.


2019~2021년 ― 팬데믹이라는 예외, 다시 닮아가는 금리 결정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로 인해, 각국은 다시 동일한 방향으로 금리를 조정하게 되었다. 팬데믹 초기 미국은 기준금리를 다시 0%대로 인하했으며, 이는 이전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급선회였다. 세계는 다시 ‘제로금리 동맹’으로 모였다.

영란은행(BOE)은 2020년 기준금리를 0.1%로 낮췄고, 호주 중앙은행(RBA)은 0.25%로 금리를 인하하였다. 신흥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0%까지 인하하며 내수 소비를 촉진하려 했다. 한국은행 역시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추며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정책을 수립하였다.

이 시기는 세계가 다시 한번 ‘동조화된 유동성 확대’ 정책을 택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각국은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을 활용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금리는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글로벌 기준금리는 다시 하나의 패턴으로 수렴하는 듯 보였다.


2022~2025년 ― 물가와의 전쟁, 또 다른 갈림길

2022년부터 시작된 고물가 국면은 글로벌 금리 동조화에 또 한 번의 변화를 불러왔다. 연준은 2022년 초부터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기 시작했고, 2023년까지 약 5%포인트에 이르는 인상이 이어졌다. 미국의 고물가 상황은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주었고, 대부분의 선진국이 비슷한 시기에 금리 인상 기조에 동참했다.

유럽중앙은행은 2022년 7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일본도 2024년 들어 긴축 방향으로 정책 선회를 시사했다. 한국은행 역시 미국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22~2023년 동안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였다. 이는 명백한 금리 동조화의 재등장이었다.

그러나 2024년 말부터 일부 신흥국에서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었고, 미국 역시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브라질은 2023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췄고, 칠레와 페루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처럼 고물가 이후의 세계는 다시 동조화의 종결점에 도달하고 있으며, 2025년은 통일된 흐름보다는 다중화된 정책이 나타나는 과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동조화는 끝났는가, 아니면 형태를 바꾸었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흐름은 동조화의 반복과 해체, 그리고 재구성의 역사였다. 기준금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세계 금융환경의 흐름을 반영하게 되었고, 이는 글로벌 금융 질서가 더욱 긴밀히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금리 동조화는 단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차원을 넘어서, 동시에 시장과 심리에 작용하는 국제적 시그널 체계가 되었다.

하지만 2025년을 앞두고 세계는 새로운 구조적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다. 국가별 통화정책의 자율성은 다시 강조되고 있고, 회복 속도나 정치 상황에 따라 금리 결정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이는 금리 동조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꾼 것일 수 있다. ‘완전한 통일’도 ‘완전한 분열’도 아닌, 유연한 동조화(Flexible Synchronization)가 새로운 규칙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