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탈세계화 시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는 약화될까?

somillion-news 2025. 7. 26. 20:30

지난 수십 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로 점점 밀접하게 연결되며, 기준금리 역시 특정 핵심국, 특히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각국이 일제히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세계화가 퇴조하는 조짐이 분명해지면서, 이와 같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키워드는 이제 단순한 학술적 개념을 넘어 실제 통상 정책, 금융 전략, 통화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탈세계화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현상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실질적 가능성, 그리고 국가별 전략적 대응을 분석하고자 한다.


탈세계화와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

탈세계화 현상의 구체적 양상과 금리 정책의 분기

탈세계화는 단순한 무역 감소 이상의 개념으로, 공급망 재편, 기술적 자립 추구, 외환시장 방어 강화, 그리고 통화주권 회복 움직임을 포함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분쟁, 유럽의 에너지 자립 선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금융 제재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는 과거보다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과 대만이 기술·산업 분야에서 독립적인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고,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서도 미국 연준(Fed)의 단순한 추종에서 벗어난 자율적 판단이 강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22~2024년의 금리 인상기에도 일본은 자국의 경기 여건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고, 이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가 해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로 해석된다.


무역 구조 변화와 자본 흐름의 지역화가 만든 금리 자율성의 확대

국가 간 무역이 다자간 체제에서 블록화 된 지역 체제로 전환되면서 자본의 흐름 역시 글로벌 차원보다는 지역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에서 벗어난 결정 구조를 가능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의 금융 협력체제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ang Mai Initiative)는 역내 자본 방어 기능을 확대하면서, 역내 기준금리 결정이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인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미국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물가와 환율 안정이 유지된다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선택을 해왔고, 이는 자국 내 통화주권 강화의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러한 전략은 지역 금융 안정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의 일방향성을 억제하고 있다.


글로벌 통화 질서의 다극화와 동조화의 자연적 약화

과거에는 미국 달러가 절대적인 국제 결제 및 준비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이 전 세계 금리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유로화, 위안화, 디지털 루블 등 복수의 통화가 세계 금융 질서 내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글로벌 통화 질서의 다극화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를 자연스럽게 약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무역 결제를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나 디지털 화폐로 진행하는 실험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준금리의 ‘중심축’을 미국에서 다극적으로 분산시키는 흐름을 강화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각국은 자신에게 더 밀접한 경제권 또는 지정학적 연합체의 금리 기조를 참조하면서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이처럼 세계 통화 질서의 다극화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를 약화하는 구조적 기반이 된다.


금리 연계보다 실물 경제 동조가 중요해지는 시대

글로벌 금융이 각국의 고유 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하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의 부작용이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이 위협받거나, 반대로 저금리가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유도해 부동산 버블을 만드는 사례는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기준금리보다는 고용률, 수출입 동향, 민간 부채 등 실물 경제 지표를 우선하는 정책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내릴 시점에서도 소비자 물가와 실질 GDP 회복을 우선시하며 자국 중심의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미국 금리와의 간극을 확대하더라도, 경기 실물과의 동조를 우선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기반한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금리 동조화의 논리를 실물 동조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실물경제와의 연동이 강화되며,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는 더욱 정밀하게 분화되고 있다.


기준금리 동조화의 약화는 선택이 아닌 현실이 되나

탈세계화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전환시키고 있다. 특히 금리 정책은 이제 더 이상 미국 연준의 결정만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지역 및 자국의 경제 여건, 통화 안정성, 실물 경기 회복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라는 글로벌 금융 질서의 한 축이 구조적으로 해체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앞으로는 지역별 기준금리 체계, 통화 동맹, 실물경제 기반 통화 정책 등 보다 다변화된 시스템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탈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기준금리 동조화는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밀하고 전략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